비로자나불은 화엄종뿐만 아니라 선종에서도 주불로 받아들여져 많이 조성되었는데, 특히 철불은 9세기 구산선문의 개창과 더불어 선문이 개창된 지역 거점 사찰을 중심으로 많이 만들어졌다. 이러한 역사적・시대적 분위기와 전통 속에서 이 ‘해남 은적사 철조비로자나불좌상’이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.
이 불상은 둥글고 양감 있는 얼굴, 사실적인 인체 비례, 추켜세운 오른손 검지를 왼손으로 감싸 쥔 지권인의 양식 등 신라 9세기대의 시대 양식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는 작품으로 평가되며, 귀 등 일부 세부표현에서 고려 초기적 요소도 관찰된다. 특히 얼굴 표정에 종교적 숭고미가 잘 표현되어 있는 등 예술적 완성도가 높다.
이 불상은 금동불에서 철불로 전환되는 시점에 제작된 비교적 이른 시기의 철불상으로 판단되므로 중요한 역사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. 통상 철불은 분할주조법으로 제작되면서 필연적으로 주조흔적이 발생하는데, 이 불상은 이러한 주조흔적을 최소한으로 나타내고자 수직으로 내려오는 옷깃을 따라 틀을 이어 붙이는 등 여러 측면에서 세심한 기술적인 고려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, 마무리 작업 역시 깔끔하게 처리되어 기술적 완성도 또한 높다.
비록 역사적 고난을 겪어 오는 과정에서 무릎 부분이 결손 되었으나, 무릎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큰 결함이나 결손 없이 온전히 남아 전하고 있고, 현존 부분만으로도 신라 말 고려 초의 조형성과 예술성을 갖춘 우수한 불상으로 판단된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