‘쌍계사 현왕도(現王圖)’는 화승 유선(宥善)이 조성하였다. 현왕은 내세에 성불할 것을 수기받은 염라대왕(閻羅大王)의 미래불인 보현왕여래(普賢王如來)를 지칭한다. 시왕은 죽은 후 7일부터 망자를 심판하는데 비하여 보현왕여래는 3일 만에 죽은 자를 심판하는 왕이다.
경책(經冊)을 올려놓은 관을 쓴 현왕이 깃이 녹색인 붉은 도포를 입고 호랑이 가죽을 깐 의자에 앉아 상체를 약간 돌린 채 양손에 홀을 가지런히 잡은 자세를 취하고 앉아 있다. 가는 필치로 반복적으로 그려 표현한 짙고 긴 눈썹과 덥수룩한 턱수염, 꾹 다문 입, 강한 눈매 등 얼굴 표현에서 엄정한 심판을 주관하는 재판관으로서의 성정이 드러난다. 윗부분에 파초선(芭蕉扇)과 일산(日傘)을 든 동자가 있으며, 중간 부분에 대륜성왕(大輪聖王)과 전륜성왕(轉輪聖王), 아랫부분에 죄의 기록을 적은 두루마리와 장책을 든 판관(判官)과 녹사(綠事)가 대칭을 이루고 있다. 화면 전체에 적색, 녹청색, 군청색을 주로 사용하고, 얼굴과 손에는 백색을 칠하는 등 18세기 후반 불화의 설채법(設彩法)을 따르고 있다.
유선은 1800년대를 전후한 시기에 경기도에서 활동한 화승으로, 수원화성공사에 참여했던 인물이다. 서울·경기 지역의 현왕도 중 가장 이른 시기의 작품으로 서울·경기 지역 현왕도 도상의 성립 과정을 살펴보는데 중요한 자료이다.